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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도 지나고 대보름도 지난 지금 들녘에는 봄나물들이 조금씩 머리를 내밀고 있다. 얼어붙은 밭고랑에서 자라나는 냉이나 나뭇잎풀잎 속에서 파란 손마디를 뻗어내는 돌나물은 자연의 신비 그 자체다.
새로운 에너지를 가지고 솟아나는 이 새싹들이 그 자체로 허브이면서 보약이다. 어떤 것은 쓴맛으로 입맛을 자극하고 또 어떤 것은 단맛으로 구미를 당긴다.
게다가 같은 종류라도 다른 철에 먹던 것과는 전혀 느낌을 준다. 본래가 쌉쌀한 씀바귀나 쑥도 봄에는 부드럽게 입안을 감싸준다. 겨우내 눈과 추위를 이겨낸 봄동 배추나 시금치는 과일을 곁들인 양 단맛이 난다.
노릇노릇한 움파는 또 어떤가. 파 특유의 쏘는 맛 대신 입안에서 살살 녹을 정도다. 움파를 넣은 양념간장이면 다른 반찬 없어도 밥 한 그릇이 거뜬할 정도다. 그래서 농가월령가의 정월령에선 ‘움파와 미나리를 무엄(무순)에 곁들이면 보기에 싱싱하여 오신채를 부러워하랴’고 했는지도 모른다.
겨우내 먹던 김치가 물릴 때도 됐고, 날이 풀리면서 밥맛도 떨어져가는 이때 싱싱한 봄나물로 새 계절의 기운을 느껴보자.
지금 시장에 가면 봄나물이 지천이다. 대형 상점에는 아무래도 재배한 것들이 많이 올라오지만 재래시장에는 갓 뽑은 냉이나 달래 씀바귀 등이 나온다. 서울의 재래시장도 좋지만 전통의 5일장을 찾으면 더 싱싱한 것들을 만날 수도 있다.
성남 모란시장(4일, 9일)이나 용인 김량장(5일, 10일), 여주장(5, 10일), 안성장(2일, 7일) 등이 수도권에서 가볼만한 큰 시장이다.
시간에 된다면 봄방학 맞은 아이들과 호미와 바구니를 들고 냉이를 캐러 나가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가족의 화합을 다지며 자연의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냉이는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양지바른 밭이나 밭두렁에 많이 난다. 달래는 나는 곳에 무더기로 자라는 게 일반적인데 3월 중순 이후에 가야 쉽게 찾을 수 있다. 씀바귀는 양지바른 야산이나 논두렁 밭두렁 등에 많이 난다. 돌미나리는 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 논의 웅덩이 주변에서 많이 자란다. 독미나리는 대궁이 굵으며 잎이 날카롭게 생겼고 늦은 봄에 쑥 올라오는 게 보통이다. 겨울에도 얼음 속에서 파랗고 부드러운 잎을 유지하는 돌미나리와는 차이가 있다.
봄나물의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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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달래와 냉이 씀바귀는 봄을 상징하는 나물이다. 달래나 냉이는 찌개나 국을 끓이거나 무쳐서 먹는다. 바글바글 끓는 된장찌개에서 우러나는 냉이 향은 일품이다. 씀바귀는 살짝 데친 뒤 물에 담가 쓴 맛을 우려내고 무쳐서 먹는 게 보통이다.
이들 외에도 봄나물은 일반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다.
날씨가 따뜻하면 논두렁 밭두렁은 물론이고 잔디밭에도 사정없이 솟아나는 쑥은 물론이고 씀바귀와 비슷하게 생긴 고들빼기나 민들레, 늦봄에 노란 꽃을 피워대는 원추리도 봄나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쑥은 쑥국이나 쑥떡을 해 먹는다. 고들빼기 잎은 쌈으로 제격인데 뿌리는 씀바귀 뿌리처럼 우려서 무치거나 장아치로 담가 먹기도 한다. 민들레도 쌈으로 먹는다. 단맛이 나는 원추리 잎은 살짝 데쳐서 찬물에 담갔다가 무치거나 국으로 끓인다.
논두렁 밑이나 개울가 얼음 속엔 돌미나리가 자란다.
그 향은 먹어본 사람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 보통 미나리처럼 무치거나, 살짝 데쳐 초장에 찍어 먹어도 좋다.
양지바른 곳 돌 틈이나 낙엽을 헤치면 돌나물이 나온다. 신선한 향이 그 자체로 허브다. 이 때문에 그대로 무쳐서 먹기도 하지만 다른 무침이나 샐러드에 곁들여도 좋다.
농부들의 골칫거리인 망초도 어린 싹은 나물로 이용된다. 광주리나물이며 박조가리나물 세발나물 같은 이름도 생소한 것도 있다. 요즘엔 보리순도 나물로 이용된다.
봄철엔 이렇게 나물만 따지지 않아도 된다. 가을걷이를 끝낸 배추밭에선 요즘 봄동이 노란 고개를 내밀고 있다. 다른 철의 배추와는 맛의 차원이 다르다. 노지에서 자란 시금치도 이맘 때 최고의 맛을 낸다.
누런 묵은 잎들을 뚫고 솟아나는 노릇노릇한 움파도 요즘이 한창이다. 움파는 겨우내 움 속에서 자란 잎이 노란 파를 말한다.
들에서 자라는 이런 채소나 나물들은 3월까지 식탁을 장식한다.
4월이 되면 나무에서 자라는 새순이나 산채들이 또 입맛을 돋운다. 두릅이나 엄나무 순은 귀한 식재료로 꼽힌다. 예전에 흔했던 뽕나무나 칡의 어린잎도 별미거리다.
요즘은 취도 재배를 하기 때문에 흔한데 야생취의 향에는 미치지 못한다. 보통은 곰취를 많이 먹지만 개미취 잎을 허브처럼 사용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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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 가운데는 집안에서 간단히 키울 수 있는 것들도 있다.
특히 미나리나 움파는 크게 손도 가지 않으므로 당장 실천해도 좋을 것이다.
미나리 재배는 시장에서 파는 것을 사다가 다듬은 뒤 윗부분은 먹고 아랫부분을 버리지 말고 유리병 등에 넣은 뒤 물을 부어주면 된다.
하루 이틀 지나면 뿌리가 내리고 새 잎이 돋는다.
물만 충분히 주면 놀라울 정도로 잘 자란다. 순이 충분히 자라면 잘라서 먹고 아랫부분을 계속 키우면 된다. 잎이 파랗고 싱싱하기 때문에 화초처럼 키워도 좋다.
움파는 파를 실내에서 키워 움이 나온 것을 말한다.
쪽파보다는 대파나 중간 정도 굵기의 파가 좋다. 파를 화분 등에 심어놓으면 기존의 잎은 누렇게 말라버리고 새로운 순이 올라온다. 실내에서 키우기 때문에 연하고 노란 색을 띄는데 향이나 맛도 부드럽다.
파는 실내의 냄새를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 다만 누런 잎에 보기에 거슬릴 수도 있으므로 주방 한 구석이나 발코니에서 키우는데 좋을 듯.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골을 수 있으므로 마르지 않을 정도만 준다.
봄나물로 유명한 식당
서울 인사동의 뉘조(02-730-9301)나 사찰음식전문점 산촌(02-735-0312) 서초동의 산장(02-583-6136) 등이 봄나물로 제법 알려진 식당들이다.
뉘조는 퓨전한식집인데 봄나물을 주종으로 한 샐러드인 ‘시절무침’을 메인 요리로 낸다. 전남 영암에서 올라오는 냉이와 보리싹 박조가리나물 등 다양한 봄 야채로 만든 샐러드를 구운 닭과 함께 내놓는다. 야생초를 설탕에 절여서 발효시킨 소스로 드레싱을 하는데 신선한 향이 일품이다.
서초동 산장은 ‘산나물 박사’로 알려진 주인이 운영하는데 시골집 같은 느낌을 주는 집이다. 사철 나물정식을 내놓는데 예약이 필요하다.
산촌은 스님이 메뉴를 선정하는 식당으로 나물 자체보다 산채로 더 유명한 집이다. 채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이 밖에 자연요리 전문가인 임지호씨가 운영하는 양평의 ‘산당’(031-772-3959)도 가볼만한 집이다. 임씨는 산야에 널린 다양한 풀들까지 요리 재료로 이용하는 것으로 이름이 높다.
[봄나물 영양학]
맛과 향만으로도 봄나물은 이미 한 철 식탁을 장식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비타민과 무기질까지 풍부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고 나른한 봄날의 춘곤증까지 쫓아준다. 그야말로 자연이 준 웰빙식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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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66호(09.02.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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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최고 요리사의 봄나물 레시피 7선 | ||||||||||||||
‘끓일까, 무칠까, 부칠까’ | ||||||||||||||
봄나물을 들고 고민하지 말라. 그저 생각대로 만들면 된다. 봄나물을 든 이상 재료 자체의 향과 색 덕에 당신은 이미 50점은 먹고 들어간다. 그래도 걱정되는 사람들을 위해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최고 요리사들의 레시피를 소개한다. 공통적으로 주의할 점은 야채를 비벼서 씻지 말라는 것. 자칫 풋내가 날 수 있다고 한다. 권 과장(권명준 씨)의 레시피
재료: 돌나물(2줌), 새싹(1줌) 소스재료: 플레인 요구르트(2), 딸기(2개), 꿀(1.5), 소금(0.1) 스픈 1. 돌나물은 찬물에 담가 살살 저어 씻어준다. 돌나물은 심하게 주무르면 풋내가 난다. 2. 믹서에 양념재료들을 넣고 갈아준다. 3. 접시에 돌나물과 새싹을 섞어 올리고 갈아놓은 소스를 올린다. 4. 설거지하고 마무리.
재료: 냉이 2줌 양념: 된장(0.3), 다진 마늘(0.3), 다진 파(0.5), 깨(0.5) 스픈 1. 냉이는 무른 잎이나 낙엽을 제거하고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2. 냄비에 물(3컵)을 끓여 소금을 조금 넣은 뒤 냉이를 넣고 한소끔 끓어오르면 바로 건져 찬물에 식힌다. 3. 볼에 물기를 제거한 냉이와 양념 재료를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4. 설거지하고 마무리.
재료: 시금치(섬초 2줌) 양념재료: 간장(1.5), 고춧가루(0.5), 다진 마늘(0.5), 깨(0.5) 스픈 1. 시금치(섬초)는 뿌리를 다듬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2. 찬물에 담근 시금치에 식초(2 스픈)를 넣어 헹군다. (식초로 살짝 행구면 살균도 되어 좋다.) 3. 볼에 양념재료를 넣고 잘 섞어준다. 4. 시금치를 넣고 잘 섞는다. 5. 설거지하고 마무리. 밥 짓는 권 과장(www.heispapa.com) 뻔와이프의 레시피
재료: 달래100g(한줌), 오이 반개 양념: 액젓(멸치, 까나리) 1큰술, 식초 1큰술, 고춧가루 0.5큰술, 설탕 1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과 통깨 약간씩 1. 달래는 흙이나 다른 나물이 섞여 있으므로 꼼꼼하게 손질한다.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여러 번 씻고 질긴 수염뿌리는 잘라내며 큰 뿌리는 칼을 눕혀서 으깬 뒤 먹기 좋은 길이로 자른다. 2. 오이는 큼직하게 채썬다. 3. 양념을 분량대로 넣고 모두 섞는다. 액젓이 싫으면 진간장이나 조선간장을 넣고 설탕이나 식초는 기호에 맞게 넣는다. 4. 달래와 오이를 고루 섞은 후 양념을 부어서 살살 버무려낸다.
재료: 달래 100g(한줌), 홍고추 1개, 청양고추 1개 반죽: 계란 1개, 부침가루 4큰술, 물 4큰술 1. 손질한 달래를 잘게 썰고 고추도 썰어 준다. 2. 볼에 달래와 고추를 넣고 계란, 부침가루, 물도 함께 넣는다. 3. 재료를 고루 섞어준다. 새우살이나 조갯살, 오징어 등을 썰어 넣어도 맛있다. 4. 달군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앞뒤로 노릇노릇 부쳐 낸다. 맵싸름하고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다. 초간장에 찍어 먹는다. 뻔와이프의 맛있는 불로그(http://blog.naver.com/ppunwife) 요안나의 레시피
재료: 국멸치 10마리, 다시마 1쪽, 달래 20뿌리, 부추 반줌, 감자 1개, 양파 1/4개, 애호박1/4개, 풋고추 1개, 홍고추 1개, 두부 1/4모, 된장 3큰술, 물2컵 1. 냄비에 물을 붓고 멸치와 다시마를 넣어 멸치육수를 우린 후 건더기는 건져낸다. 2. 풋고추, 홍고추는 어슷하게 썰고, 감자, 양파, 두부는 한입 크기로 썰어준다. 달래와 부추는 5cm 길이로 썰고, 애호박은 부채꼴로 썰어 준비한다. 3. 멸치육수에 된장을 풀어 넣고, 먼저 양파와 감자를 넣어 끓인다. 4. 감자가 익으면 애호박, 풋고추, 홍고추, 두부를 넣어 한소끔 끓인다. 5. 부추와 달래를 넣어 살짝 끓으면 불에서 내린다.
재료: 밥 1공기, 달래 20뿌리, 돌나물 한줌, 원추리10줄기, 미나리 10줄기, 새싹 한줌, 땅콩 다진 것 1큰술, 참기름 1/2큰술 약고추장재료: 고추장1컵, 소고기 200g(간장 2큰술, 설탕 1큰술, 다진 파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참기름 1/2큰술, 후추), 배 1/2개, 양파 1/4개, 꿀 3큰술, 참기름 2큰술, 통깨 1. 달래와 원추리, 미나리, 새싹, 돌나물을 깨끗이 씻어 적당한 크기로 잘라 준비한다. 냉이와 두릅, 취나물 같은 봄나물종류와 오이, 피망 등의 야채류를 편하게 이용해도 좋다. 풋내가 날 수 있으므로 씻을 때 살살 흔들어 가볍게 씻는다. 2.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원추리, 달래, 미나리를 살짝 넣었다 빼는 정도로 데쳐 바로 찬물에 넣고 식혀서 물기를 뺀다. 3. 약고추장에 들어갈 소고기를 간장, 설탕, 다진 파, 다진 마늘, 참기름, 후추로 조물조물 밑간하고, 배와 양파는 믹서로 갈아둔다. 4. 달군 팬에 양념한 소고기를 볶다가 고기가 익으면 고추장과 배, 양파 간 것을 넣고 걸쭉해질 때까지 저어가며 볶아준 뒤 참기름과 통깨로 마무리한다. 5. 넓은 그릇에 고슬고슬 지은 밥을 담고 나물들을 빙 둘러 담아준 후, 가운데 약고추장을 얹고, 땅콩 다진 것과 참기름을 얹어 상에 낸다. 요안나의 블로그(http://blog.naver.com/hyleeyan) |